“인테리어회사를 만나서 견적을 받아보았는데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논의한 적이 없는데,
1억5천이면 다 할 수 있다면서 견적서를 주더라고요.
이 금액은 어떻게 나온 거지?
그때부터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죠.“
아파트에 살던 부부는
신혼시절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을 고쳐서 살기로 결심을 했고,
몇 군데의 인테리어 회사에 견적을 받아보았다.
하지만 인테리어 회사와 미팅을 하고 견적을 받으면 받을수록
정리되어 가는 것이 아니라 복잡해졌다.
그러던 중 건축가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설계에 들어가기 전에 건축주와 건축가는 이메일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궁금증 하나!
“저희 집을 리모델링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아니면 전체를 부수고 다시 짓는 것이 효율적인지 궁금해요.”
이렇게 건축주로부터 짧은 세 줄의 이메일이 오면
건축가는 몇 시간을 공들여서 답장을 보내곤 했다.
건축주가 리모델링과 신축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몇 차례의 이메일이 오고 간 후 건축가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저는 리모델링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예산이 충분하다고 하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동일한 면적을 공사한다고 하면 공사비와 공사 기간의 절약이 가능하고
리모델링도 계획만 잘한다면, 신축 같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라고 의견을 주게 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이때
“물론 설계와 시공은 고생하겠지만요”
라고 한 줄 더 적었어야 했다.
기존의 집은 마당에 면하여 정면으로 현관이 나있었다.
계획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중 하나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동선이다.
현관의 방향을 정면이 아닌 좌측면으로 바꾸어주면서
쉽고 편안하게 집에 진입할 수 있는 동선을 만들어주고,
기존에 노출되어 있던 현관은 기존 외장재와 석재로 막아주었다.
1층은 거실과 주방이 별도의 실로 나누어져 있었다.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면 거실로 음식을 옮겨 식사를 하는
전통적인 형태의 평면의 형태였다.
리모델링을 하면서 거실부터 식당 주방이 연결되도록 계획하여 하나의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를 위해 거실과 주방을
나누고 있던 벽체는 철거해만 했다.
구조기술사의 검토를 통해 철골구조보강을 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지금의 주방형태를 완성하게 되었다.
주방과 식당의 아일랜드 테이블에는 개수대를 설치하여
주방에 있으면서도 식당, 거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가족이 모두 모이면 화장실에 줄을 서야해요.
씻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건축주와 주고받은 이메일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고,
자녀들이 사용하는 1층 화장실은 세면대가 설치된 파우더룸과
샤워실과 변기가 설치된 공간을 나누어주어,
한명이 세면대를 쓰거나 머리를 말리고 있더라도,
다른 공간에서는 변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Bofore Remodeling
기존집은 건물 내부 전체를 목재루버로 정성껏 마감을 해놓았었다.
하지만 30년 전의 모습이었다.
부모님이 정성껏 가꾸셨던 집이었고,
그 집의 기억을 일부라도 남겨놓고 싶었다.
시공사에 신신당부를 해서 내부에 설치된 목재루버중에
일부분은 다시 사용을 할 테니 조심스럽게 철거해달라고 요청을 하였고,
그 루버중 일부분을 1층 출입구 인근에 다시 설치하였다.
집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놓았지만 내가 어떤 집이었는지,
어떻게 사랑받았었는지 기억해달라고
그러므로 앞으로도 사랑해 달라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집을 위한 작은 배려를 해주었다.
부모님이 살던
옛집 되살린 제주 주택
부모님이 살아생전에 쓸고 닦은 집은 윤기가 돌았다. 하지만, 부모의 손길이 닿지 않은 주택은 30년 세월을 이겨내지 못하고 금세 낡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집은 일년 정도 비어있었다.
집도 사람과 같아서 사랑을 받고 관리를 받으면 점점 이뻐져가지만 사랑받지 못하거나 방치되다보면 점점 성격(?)도 모양도 이상하게 변해가게 마련이다. 물론 처음 태어났을 때는 집주인으로부터 하나하나 관심을 받으며 잘지어진 집이었지만 불편한 화장실, 거실과 단절되어진 부엌, 난방이 설치되지 않는 거실 등은 “저는 30살이 넘었습니다! 쿨럭쿨럭”이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신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고민하던 자녀 내외는 부모와의 추억을 지우지 않기 위해 리모델링을 선택했다. 디자인, 기능, 편의성은 높이면서 추억까지 담아 ‘마당 넓은 집’을 완성했다.
- 위치 제주도 서귀포시
- 용도 단독주택
- 면적 209㎡
- 설계기간 2018.11~2019.03
- 공사기간 2019.05~2019.09
- 시공 늘품디자인
- 사진 박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