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쌤이어떻게든해볼께
2021.03.11
오전에 포천 이동복합커뮤니티센터 경계복원측량이 있었다. 경계복원측량에 따른 현황측량 보완도 있었다. 멀리서 두번이나 와준 토목설계업체에 이동갈비를 대접했다. 왜 이동갈비 이동갈비 하는지 알았다.
오후에는 주민분들과의 소통을 위한다는 취지로 만든 인사이트 오피스에 몇시간 상주하게 되었다. 끊겼던 와이파이 에그도 다시 연결하고, 날씨가 따스해지면서 생긴 폼보드의 인장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떨어져버리 양면테이프도 피스로 다시 박아주었다.
면사무소에서 빌려주신 전동드릴로 벽에 피스를 박으면서도 마음은 이미 몇미터 떨어지지 않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가있었다. ‘이것만 다 박으면 저 아이들에게 계획안 설명도 해주고 포스트잇도 몇장 붙여달라고 얘기하리라…’
이런 마음을 먹고 채 몇분도 지나지 않아 아마도 이동중학교 학생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왁자지껄하게 떨들며 인사이트 오피스 앞을 지나고 있었다. 호객행위는 고등학교 때부터 전문(?)으로 교육받은 내가 아닌가…”얘들아 선생님좀 도와줄 수 있을까?” 아이들은 바로 응답해주었고, 한번 학생들로 오피스가 차기 시작하자 그 다음부터는 학생들이 알아서 자기들끼리 친구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동네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자기들이 하고싶은건 무엇인지 얘기해주고, 건축가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동경해주었다. 사진도 찍고 찍혀주었다. 몇십명의 중학생들이 지나고나자 초등생들이 이건 뭔가하고 오피스로 들어온건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초등학생들은 제일 고학년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를 중심으로 자기들끼리 우리동네에 뭐가 필요할까? 라며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꾸며낸 이야기 같지만 사실이다. 실제 저런 이야기를 자기들끼리 나누었다. 다만 저학년들의 호응이 없으니 토론이 오래가진 못했다.
빌렸던 빗자루와 쓰레받기(이게 표준어였구나)를 가져다 드리기 위해 주민자치센터에 들렸더니 어르신 한분께서 인사이트 오피스는 언제까지 운영하느냐고 여쭤보신다. 지난번 주민설명회 가 끝나고 따로 찾아오셔서 배치에 대해서 뭐라 하시던 그 분이다. 두달동안 운영할거라고 말씀드렸더니 자기가 할말이 많으시단다. 포스트잇에 붙여달라고 말씀드리니 포스트잇에 붙일 정도가 아니라 A4에 여러장으로 작성하려고 하신단다. 아마도 볼때마다 얘기하시는 방수, 화장실트랩, 콘센트 위치 등에 대해 얘기하시려는 것 같다. 작성하시는 건 설문지함에 넣어주십사 말씀드리고 주민자치센터를 나왔다.
주민참여사업 혹은 주민참여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항상 하는 이야기는 각자의 전문성에 대해서 강조하고 시작한다. 건축가는 건축의 전문가, 주민은 지역과 사용에 대한 전문가, 공공은 행정의 전문가라고 말씀드린다. 물론 전문가 없는 사회가 되어버린지 오래지만 이런 이야기를 말씀드리는건 선을 넘지 말자는 말씀이다. 건축가가 지역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지역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듣는 마음으로 참여한다. 그걸 알고 싶어서 행사가 있을때마다 찾아가보기도하고, 인사이트 오피스라는 것도 만들고, 갈때마다 식사도 지역 식당에서 하고 그러는 것이다.
학생들의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남는다. 그걸 만들어야 하나 생각중이다. 막상 보면 별다른 용도는 아니지만 주민들로부터 학생들로부터 나온 생각이라는게 중요하다. 계속 마음에 남는다.